petting frame
2019.08.27 - 2019.09.11
서교예술실험센터
Solo Exhibition


사진: 임효진

어린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만화책 속 주인공, 영화 속 캐릭터, 가수 등을 좋아했다. 2년 전부터는 한 k-pop 아이돌 멤버에게 입덕하기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덕질에 한창이던 햇빛이 좋았던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하염 없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을 보다가 나의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스마트폰 액정 속 나의 최애는 그림자  속에 드리워지지 않았다. 그림자에는 모서리가 동그란 네모를 한없이 쓰다듬는 내 손이 있었다.

덕질은 신체 없는 허구의 이미지를 쫓는 행동이다. 만화책, 소설, 애니메이션 등은 명백히 신체가 없다. 배우 또한 잠깐 몸을 빌려 쓸 뿐이다. 아이돌 또한 마찬가지이다.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빌려온 몸인 실재가 뒤섞여 엉켜있다. 왜 우리는 허상을 좇을 뿐인 덕질을 하는 걸까? 이렇게 몸을 가지지 못한 허구의 이미지에 온 마음을 다하여 몰두하고, 그것에 위로를 받고 기쁨을 얻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임유정 개인전 <petting frame> 에서는 덕질을 쓰다듬는 행동으로 규정하여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개인의 덕질 연대기를 담은 <TO ALL THE BEINGS I’VE LOVED BEFORE>, 쓰다듬는 손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petting, patting>, 인터뷰와 가상의 아이돌 ‘왈왈’을 통해 덕질에 관하여 얘기하는 <What is your favorite thing?>을 각각 브라운관 TV, 빔 프로젝터,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다. 더불어 직접 쓰다듬을 수 있는 설치 작업 <pet>과 <cushion pet>, 모티브가 된 그림자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평면 작업 <keep petting>을 배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