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문장(Mysty Words)
2020.11.20 - 11.27
오래된집
Yuwol June C., 이문영, 임유정, 한주희
2020.11.20 - 11.27
오래된집
Yuwol June C., 이문영, 임유정, 한주희
전시 <안개 문장 Misty Words>은 작업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로, 캔파운데이션 C2A(Critic to Artist)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긴급한 방법: 예술가의 글쓰기’ 워크숍을 마친 뒤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한 과정이다. 글쓰기는 예술과는 불가분한 관계이기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화하여 바라보기 어려운 행위이다. 게다가 비평모임에서와 같이 서로를 서로의 텍스트로 초대하고, 무엇을 말하여하는지 세밀하게 질문하여 그 안으로 침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시도이다.
가볍게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다회 모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몸짓”을 결정하는 근원적 의지를 확인해보는 일을 수반했다. 나의 것을 꺼내 보여야하는 밀도가 높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머뭇거리기도 했고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더듬더듬 짚어가며 깊은 곳에서 헤매이기도 했으며 어느 날은 티끌 한 점 없는 정명한 공기를 마시기도 했다. 일종의 “내적관찰(Introspektion)”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재촉하여 긴급하게 느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세계 내에서 우리의 존재 양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주고받은 우리의 질문과 답변은 뿌연 안개 속을 가르는 등이기도 하면서 가까이 또는 주변부에 언어를 자욱하게 나열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서 얻은 각자의 작업은 언어를 교환하며 맺은 관계에 대한 돌아봄이며 담담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빌렘 플루서, 「3장 글쓰기의 몸짓」, 『몸짓들』(안규철 역, 워크룸프레스, 2018) 참고
임유정의 작업은 여러 사람들한테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작업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언급되어온 일기장 작업에 대한 고찰이다. 작가가 조잘조잘 써내려간 일기장의 시점은 2020년 여름으로, 우박처럼 쏟아진 성폭력사건과 그와 관련하여 벌어진 어이없는 사건들 때문에 그의 일기는 분노로 점철되어 있다. 작가와 같은 지면을 밟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세상은 불꽃같이 파아란 나날들이었다.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길 위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언어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거나 떨어져나가는 영상에서 작가의 일기장은 개인의 내밀함을 향해 뻗어있는 세로선과 세계의 보편성을 공감하는 가로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그렇게 매일 써내려간 텍스트로 그려진 점이 작가가 위치한 곳이자 오롯이 개인적인 의미라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일 지나는 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 생각한 것을 통해 내가 휘둘렸던 여러 폄하에서 벗어난다. 나의 작업, 내 언어를 믿겠다는 다짐이자, 잔인했던 2020년을 뒤돌아보는 연말 결산이다.”- 임유정 작업노트 중
(중략)
구윤지
가볍게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한 세미나는 다회 모임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몸짓”을 결정하는 근원적 의지를 확인해보는 일을 수반했다. 나의 것을 꺼내 보여야하는 밀도가 높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머뭇거리기도 했고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더듬더듬 짚어가며 깊은 곳에서 헤매이기도 했으며 어느 날은 티끌 한 점 없는 정명한 공기를 마시기도 했다. 일종의 “내적관찰(Introspektion)”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재촉하여 긴급하게 느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세계 내에서 우리의 존재 양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주고받은 우리의 질문과 답변은 뿌연 안개 속을 가르는 등이기도 하면서 가까이 또는 주변부에 언어를 자욱하게 나열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서 얻은 각자의 작업은 언어를 교환하며 맺은 관계에 대한 돌아봄이며 담담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빌렘 플루서, 「3장 글쓰기의 몸짓」, 『몸짓들』(안규철 역, 워크룸프레스, 2018) 참고
임유정의 작업은 여러 사람들한테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작업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언급되어온 일기장 작업에 대한 고찰이다. 작가가 조잘조잘 써내려간 일기장의 시점은 2020년 여름으로, 우박처럼 쏟아진 성폭력사건과 그와 관련하여 벌어진 어이없는 사건들 때문에 그의 일기는 분노로 점철되어 있다. 작가와 같은 지면을 밟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세상은 불꽃같이 파아란 나날들이었다.일상적으로 지나다니는 길 위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언어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거나 떨어져나가는 영상에서 작가의 일기장은 개인의 내밀함을 향해 뻗어있는 세로선과 세계의 보편성을 공감하는 가로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된다. 그렇게 매일 써내려간 텍스트로 그려진 점이 작가가 위치한 곳이자 오롯이 개인적인 의미라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매일 지나는 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 생각한 것을 통해 내가 휘둘렸던 여러 폄하에서 벗어난다. 나의 작업, 내 언어를 믿겠다는 다짐이자, 잔인했던 2020년을 뒤돌아보는 연말 결산이다.”- 임유정 작업노트 중
(중략)
구윤지